엄마한테 돈은 무엇일까

2020. 6. 10. 05:05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엄마와 함께 갔던 보성녹차밭

10월이 시작되는 날씨는 눈이 부시다.

아직 따가운 햇살에 의해 그늘이 그립지만 맑은 날씨는 기분을 좋게 한다.

서울을 향해 올라오는 길엔 차들이 참 많았다 

예전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다녔는데 , 해안 쪽으로 새로운 길이 열려 있었다 

낯선 길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임실 치즈공장을 가보려고 길을 잡았으나 엄마가 힘드실 것 같아 다시 길을 돌려

이리로 향하였다 

그곳에 시누가 살고 있고 남편이 그 집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 온 지 4일 째지만 아직도 시누한테 인사도 못했다 

2년 만에 뵙는 엄마의 모습에 충격이 되어 다른 여력이 없었다 

시누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엄마와 함께 저녁 먹고 자고 갈 생각하고 오란다.

집에 도착하니 모두가 모여있다 

딸 하나만 서울 병원에 근무 중이라 못 오고  

멀리 직장에 가 있던 세 아들들도 며느리들까지 다 와 있었다  

예전부터 느끼지만 참 다복한 가정의 정석이다 

3남 1녀를 두신 시누이는 모두를 출가시켰고 다들 평범하게 잘 살아간다

시누 남편이신 아주버님이 근 20여 년이 넘게 혈액 투석을 하시는 것이 집안에

하나 우환이다

호남평야에 땅이 많은 그 댁은 언제 가도 풍요롭다

그날 저녁 둘째 아들이 예약해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는 길을 나섰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잘 수 없는 엄마를 모시고 나는 서울로 향했다

한국에서의 운전은 조심스럽고 복잡해 길을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다

어둡기 전에 톨게이트를 빠져야 해서 서둘렀다

엄마는 조카들이 준 봉투가 궁금했나 보다 

차에 둔 봉투에 관심을 보이신다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던 엄마도 돈에는 관심을 가지신다는 게 신기했다

"엄마 가지셔"라고 하니 좋아하시는 눈치다

그동안에 엄마는 시설에서 머무셨다 

아버지가 남겨두신 연금이 충분히 나오지만 시설에 계신 어른께 별로 쓸모가 없다

여동생이 엄마 돈으로 간식과 옷 사 드리고 병원비로 쓰는 게 엄마를 위한 전부다

자식들이 놓고 간 용돈은 고쟁이 속에 넣어 뒀다가 

군데 간 둘째 아들 손주 주신단다.

아마 이 돈도 그 아이를 주고 싶으신가 보다.

끝이 없는 홀자만의  짝사랑은 아무리 퍼줘도 지치지도 않으신지. 마지막을 향해가는 

걸음에도 후손들 생각이시다

예전부터 엄마와 아버지는 나한테서 뺏어다가 아들을 주었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 요구 하시지만 

좋은 것이 있고 사줘야 할 것이 있으면 아들네들을 먼저 챙기셨다.

손주들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아이들 과자 하나 사주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아들 손주들은 업고 다니시면서 원하는건 다 사주시던 분들이 셨다

하물며 이제 걸음마하는 큰 조카에게는 당시 최고의 메이커였던 랜드로버 신발이나 

에스콰이아를 싣기시는 걸 보고 놀란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그 여파로 지금 이 순간의 엄마 역시 아들 손주 생각에 돈을 챙기시는 모습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지금의 내 마음은 엄마가 원하시는 건 얼마든지 해 드릴 테니

그것에라도 기쁨을 가지시고, 삶의 의미를 가지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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