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고립 되어가는 엄마

2020. 6. 13. 23:25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홀로는 외로운 생명들

내 기억에 엄마는 살림을 잘하시는 편은 아니셨다

집을 깨끗이 치운다든지 

반찬들을 만들어 가족을 챙긴다든지 하는 모습은 본적이 별로 없다.

청소는 주로 아버지가 하셨다. 부지런하신

아버지는 깨끗한 걸 좋아하셨다.

엄마가 게으르다고 하시며 언제나 당신이 청소를 하신다.

엄마는 언제나 살아 가는걸  힘겨워했다

타고난 체력이 강하지도 못하셨지만  젊을 적 결핵을 앓으셨다.

장기간 치료차 드신 약으로 인해 부신피질이 망가졌고 그로 인해 언제나 피로를 느끼며 무기력하단다

그 때문인지 언제나 일을 무서워했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기에 무섭기도 하셨을 거 같다

그럼에도 엄마는 깔끔하고 꼼꼼하며 자존심이 강했다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단호히 거절하고 피한다.

그 예로 틀니가 필요했지만 더럽다는 생각을 하시며 치아 몇 개로 불편한 생활을 하고 계시며

귀가 어두워 지시지만 듣는 보조 기구를 사용하지 않으신다. 

더 시끄럽고 어지러워서 라고 하신다

나는 언제나 그런 엄마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남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 사회생활 아니던가,

엄마는 그렇게 사회생활이 무너져 내렸다.

그게 안타까운 나는 방문해서든지 통화를 할 때면  엄마한테 다그치기만 한 것 같다. 

이렇듯 엄마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신다,

노인들과 환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요양 시설에서 엄마의 눈에 들어오는 세계는 

아름답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을 생각해 또 다른 행동변화를 만드신 것 같았다.

지나친 청결, 타인에 대한 경계, 자신 외엔 불결하게 느끼는 결벽 같은, 것이 만들어 내는 행동으로

밥을 드실 때도 몇 번이고 입술을 닦으신다.,

행여나 입 주위에 뭐라도 묻었을까 봐, 닦고 또 닦으신다.

배을 몇 번이고 내려다보신다. 행여나 뭐라도 떨어졌나 싶어서, 훔치기고 더듬고,,,

화장실을 나온 후에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시고 훔치시기를 몇 번,

손을 자주 닦으시고 언제나 양말을 챙겨 신으시고

남의 물건에 손대는 걸 싫어하셨고 

남이 자신의 물건에 손대는 걸 싫어하셨다.

시설이라는 공동체 생활인데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했다는 것, 또  그런 마음을 감추며 침묵으로 지내셨다는 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은 나 날이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자신에 대해 얼마나 훈련의 연속이었을까 생각하면

요양 시설로 모시라 했던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주변분들을 보면서 자신을 다잡고 반듯하게 한다는 건 생활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장실 출입이 잦은 것 또한 이런 모든 상황의 연장 선상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같은 시설 내에 다른 방 한 여자 노인이 치매를 앓고 계셨다 조용하고 얌전한 착한 치매란다. 

부지런하고 살림꾼이셨던 노인은,  평생을 홀로 자녀들 기르니라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자녀들이 다 출가하고 나니 치매가 왔단다.

"서글픈 인생이여 ,,,"

마지막까지 딸 집에서 살림과 손주들을 돌보시던 노인에게 찾아온 불청객 치매.

그 치매로 인해 이 곳으로 오시게 됐다는 말에

말문을 이어 목이 멘다.

 오~~ 오~~ 인생이여, 

슬픈 인생이여, 세상이 왜 이런 안타까운 인생을 만드시는가, 안쓰럽고 안타까워 가슴이 미어져 왔다.

누구나 가고 있는 이 길이 이토록 억울해서야 어찌 발걸음이 가볍겠는가,

나는 바쁜 동생을 대신해서 엄마를 모시고 평소 다니시던 백병원으로 갔다. 배뇨 기관에 어떤

문제가 있나 싶어 병원서 검사를 했다.

배뇨에 문제는 없단다. 염증반응도 없고

잔뇨도 없고 당도 없고 혹도 없고 그럴만한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신경 쓰이던 잦은 화장실 행은 엄마의 

완벽주의 성격 탓으로 돌려버리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감사했다. 누구를 위한 감사인지 몰라도 발견 못했다는 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한국에 부러운 것 중의 하나는 병원 시스템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예약 없이 가도 언제나 의사를 만날 수 있음은 아마도 세계

최고의 시스템일 것이다.

여전히 엄마는 화장실을 자주 가신다.

밤에 혼다 움직이시다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걱정을 하니 직원이 이동식 변기를 가져다주신다.

엄마는 더럽다고 싫단다. 하지만 설득을 해서 엄마 침대 옆에 두는 것 까지 허락을 받았다.

치매 할머니는 말없이 다니시며  다른 사람의 문건을 뒤져서 무작위 다른 장소로 옮겨 놓는 증세를 보이신다.

특히 엄마 물건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 할머니는 엄마가 있든 없든 엄마의 장을 뒤져서 가지고 가신다.

엄마의 신발을 감추시고 엄마의 옷을 감추신다. 

엄마는 그 할머니만 보면 경색되신다. 방어하시느라 온 몸에 진땀을 내신다.

직원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나가서야 끝이 난다. 

공동체 생활에서 나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나만의 것은 없는 것을.

남의 수족으로 살아가는 시설에서 나를 주장해서는 안될 것을,  엄마는 그 부분이 안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엄마를 죽음으로, 스트레스로 내 몬 것이 된다.

사람에 따라 그런 공동체 생활이 맞는 이도 있겠지만 

우리 엄마 성격에 그곳은 목숨을 단축시키는 생활 속 무기였구나 생각하면 

엄마 삶을 단축시킨 나의 이기주의 결정에 용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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