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1. 21:46ㆍ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내가 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랜딩을 했다.
평소 여행 시에는 짐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던 나는
엄마와 생활하려면 필요한, 때 이른 옷 가지를 넣었기에 케리어를 끌게 되었다.
트랙을 빠져나오는데 주위 사람들께 미안할 정도로 핸드폰이 요란하게 신호를 한다.
깨똑 깨 깨 똑
트랙을 빠져나와 한쪽에 서서 확인한 후 나는 순간 정신을 놓은 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서울로 가지 말고 여수행 비행기로 바로 이동해서 오라는 메시지였다.
사람이 파리 목숨도 아니고 건강하던 분이 토했다고,,
당이 좀 올라갔다고,, 그렇게 돌아가신 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괸찮아졌다고 했는데,,
정신없이 난리를 치고 개찰구를 빠져나왔지만 여수행 비행기도, 열차도, 공항버스도
다 끈 긴 상태였다,
결국 강남터미널에서 고속으로 내려가는데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꿈속 같았다.
불과 2주 전에 와서 함께 여행을 했는데,
아버지 산소에서 "나 좀 데려가라"시던 엄마는 아버지 손을 잡으신 건가.
비록 말수가 줄고 표정이 없었지만 건강했던 엄마였는데,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남편에게 이혼을 선포하고 찾아온 곳에 엄마가 안 계신단다
이미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영상으로 나오는 엄마는 너무나 낯선 모습이었다.
엄마 왜 거기 있어,
우리 엄마가 왜 거기에 있어, 묻는 내게
여전히 무거운 침묵으로 대답을 하신다" "잘 있거라, 잘 살아라, "
안치실에서 엄마를 보았을 때 가슴과 목 주변에 피 멍들로 얼룩 거 린다.
병원에 계실 때 갑자기 호흡정지가 와서 인공호흡으로 생긴 거란다
아직도 나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당뇨가 없던 엄마가 왜 갑자기 당이 생겼는지?
병원에서
당 조절이 안돼 그로 인해 돌아가셔야 할 정도였는지
돌아가시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당이 정확한지,
의사는 스트레스로 당이 오른 거라 했는데
엄마는 스트레스를 왜 받은 것인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등
의사를 만나보려는 것도
시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보려는 것도
동생은 극도로 반대를 하며 이해 안되는 말로 설명만 한다.
그렇게 꼭 쥐고 있던 소중하고 귀한 것을 잃어버린 나는, 알고 싶었던 무엇도 해결하지 못한 체 돌아와
그 빈 손을 풀어 펴 놓지 못하고
인생에 대한 허무함과, 허탈감,
그리고 삶의 가치를 잃고 1년이 넘도록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에 빠져있다.
이제는 일어서고 싶은데,
엄마를 보내 드리고 회복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읽은 모두는 나와 같은 아픔도 실수도 후회도 만흘지 마시길 바라며
'나그네의 미국생활 > 엄마의 무거운 침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유품 (6) | 2020.06.23 |
---|---|
몰래 결혼했던 동생의 이혼 (4) | 2020.06.23 |
말이 없어도 들리는 소리가 있다 (0) | 2020.06.21 |
엄마가 치매 (7) | 2020.06.20 |
몰래 한 결혼이면 행복해야지 (5) | 2020.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