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4. 22:25ㆍ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이모가 전화를 했다
바닷가 펜션을 예약해 두었으니 며칠 쉬고 오라고 하신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나를 배려해 주신 이모 마음이 고마웠다.
펜션에서 홀로 잠을 청하려는 데 전화가 울린다
동생이었다
막냇동생의 가족들과 함께 오겠단다
아이들과 함께 대 식구가 된 우리는 쉬는 것이 아니라
번잡하기만 했다.
3일 밤을 지내고 서울로 출발하기 전 엄마를 찾았다
흙더미 속에 갇힌 엄마는 여전히 침묵의 말씀을 하신다
"잘 가거라"
나 고생할까 봐 그러셨는지,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가 버리신 엄마는 그렇게 나를 밀어내셨다.
"엄마 나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야"
"흙더미 속에 누워 있는 엄마를 나는 인정 안 할 거야, "
8년을 시설에서 지내신 엄마가 남긴 물건은
입다가 남겨진 옷 가지와
못 다 드신 약들, 사진 몇 장,
지팡이와 신발이 전부였다.
엄마의 남겨진 것들을 일부 가지고 와
옷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펴보지를 못하고 있다.
엄마를 보낼 수 있을 때 편하게 펼쳐 볼 것이다.
엄마가 여기 계실 때 쓰시던 침대 머리맡에 있는 엄마는 여전히 웃고 계신다.
바라보는 나도 웃는다.
지난밤 비가 쏟아지더니 아침에 해가 밝게 떴다
오늘은 산으로 가봐야겠다.
코로나로 묶인 발을 산으로 옮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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