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환영받지못하는 완벽주의

2020. 7. 22. 21:13세상만사/미국 오늘의 뉴스 한 컷

꺾긴 나무도 잘 살고있다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대개 현실과 무관한 기준을 가진 상사와 동료, 업무로 만난 지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불가능한 것들을 기대하는 게 완벽주의자다. 그러다보니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디테일'에 몇 시간씩 투자하고 녹초가 되곤한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나는 약간 완벽주의자"라고 대놓고 말한다. 일종의 자랑이자 자신을 우수한 직원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과연'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나 완벽주의자는 생각보다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많은 연구가 '완벽주의는 직업적으로 자랑할만한 특성이 아니다'고 말한다. 직장 내 업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동료 사이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 각 부서의 화합도 깨뜨릴 수 있다. 

독일 마르부르크 필립스 대학의 심리학자 에밀리 클레스제우스키와 캐슬린 오토가 진행중인 연구에 따르면, 완벽주의자는 함께 일하고 싶은 이상적이거나 선호하는 동료의 상과거리가 먼 듯 하다. 

클레스제우스키는 "만약 동료로서 완벽주의자와 완벽주의자가 아닌 사람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항상 자신과 팀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를 가진 사람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주의는 생활 곳곳에서 발현될 수 있지만, 특히 업무와 관련해서 많이 이야기된다 

그는 한 사람의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게 완벽주의지만, 직업과 관련해서 보다 많이 이야기 된다고 말했다. 

"만약 사람들에게 '어떤 경우에 완벽주의가 나타나느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일할 때 그렇다'고 말할 겁니다. 업무 관련 성과나 평가에 대해 완벽주의를 보인다는 이들이 많죠." 

연구팀은 팀내 분위기나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완벽주의자의 실제 성과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클레스제우스키는 "앞선 연구들을 보면, 팀내 분위기가 업무로 인한 심리 상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면서도, 이 분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완벽주의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완벽주의가 시의 적절한 연구 주제라 할 수 있는 이유다. 2018년 영국의 앤드류 힐과 토마스 커런은 1986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생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젊은 사람들은 전임자보다 완벽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밀레니얼이나 Z세대를 막론하고,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높은 기대치를 느끼고 있었다. 아울러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가진 기대치도 더 높았다. 

완벽주의는 좋은 것일까? 
1910년 무렵 이전까지만 해도 '완벽주의'는 소수의 신학적 관점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지난 세기까지 완벽주의는 실수하지 않으려 하거나 무결점을 추구하는 개인의 태도로 이해됐다. 

초창기 심리학자들은 완벽주의를 전적으로, 부정적이고 신경이 과민한 상태와 연관지어 생각했다. 1950년,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는 완벽주의자들을 '당위의 폭정(tyranny of the should)'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묘사했다.


완벽주의자들이 어떤 문제든 해결하고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는 등 모순적인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환자들이 너무 적은 기대를 갖는 것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낫다는 해석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덧붙인다"며, 그래서 환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후 수십년 동안 학계의 의견은 조금 더 유연해졌다. 완벽주의는 한편으로 우울증과 불안, 섭식장애 등 정신건강 상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간주된다. 업무상에서 완벽주의를 가지다 보면, 실패할 것을 대비해 불가능한 것들까지 시도하다가 번아웃이나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완벽주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동기부여가 더 잘 되어 있고 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들은 직원이 갖춰야할 자질 측면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것들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라면,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높은 기준을 위대한 업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연결짓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약간의 여유를 준다.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의욕적이고 양심적인 행동을 한다고 알려졌다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의욕적이고 양심적인 행동을 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이 항상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클레스제우스키와 오토는 완벽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을 놓고 동료로서 선호되는 순위를 매기고 직장에서 잘 지냈던 경험을 묘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완벽주의자들은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만, 잘 지내기가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완벽주의가 아닌 이들은 유능하지는 않더라도, 사회적 관계가 순탄하고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원하는 유형이었다. 

더불어 완벽주의자들은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을 자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완벽주의자들이 팀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주변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접근 방식 
연구자들은 완벽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 일부는 다른 것들보다 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완벽주의와 관련해 많이 사용되는 구분 중에 완벽주의자를 세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있다. 자신에게만 매우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자'와 자신이 완벽해야만 남들이 자신을 받아들일 것이라 믿는 '사회부과적 완벽주의자', 주위 사람들에게 무결점을 요구하는 '타인 지향적 완벽주의자'로 나누는 것이다. 

각 유형은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어떤 유형은 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특히 부정적일 수 있다. (클레스제우스키와 오토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자신의 일에만 완벽함을 요구하는 완벽주의자들이 타인의 완벽함을 요구하는 이들보다 주위 사람들과 훨씬 쉽게 잘 어울렸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진행된 30년간의 방대한 메타 분석 연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완벽주의자를 분류한다. "우수함 추구"와 "실패 회피"로 나누는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은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달성하는 데 집착하고, 두 번째 유형은 실수를 하지 않는 데 집착한다. 둘 다 일 중독, 불안감, 번아웃 등 완벽주의의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패 회피"는 "합의하려는" 태도가 다른 것보다 부족하다고 한다. 

업무에서 완벽주의를 기하다 보면, 실패를 대비해 불가능한 것들도 신경쓰다가 번아웃이나 스트레스에 빠질 수 있다 

메타 분석을 연구한 다나 하라리는 "완벽주의와 성과 사이에 관계가 없다는 게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완벽주의와 업무 성과는 긍정적인 관계도 부정적인 관계도 아닙니다.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을 뿐이죠." 

만약 주변에 완벽주의자 동료가 있다면, 그들은 어떤 실패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실패하기 쉽다. 한 가지 일에만 모든 비중을 싣다 보면, 무심코 타인을 무시하거나 동료들과의 긍정적인 관계가 주는 가치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완벽주의자를 직원으로 둔 관리자들은 그들이 업무보다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투자하게끔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직장 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면, 스스로 관대할 필요가 있다.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bbc/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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