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산속에서 히치하이킹 까지

2020. 7. 17. 20:47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록키산 중턱

지금은 동행이 없어 갈 수가 없지만 3년 전까지 만해도 시간만 있으면 산으로 갔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오후 3시

옷만 갈아입고 가까운  산을 향해 운전하면 30분이다, 그리고 산을 올라 2시간을 걸쳐

되돌아온면 하루가 된다.

그리고  쉬는 날 약 1시간을 운전해서 가게 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들이 있다

애팔래치아 트래일 이 지나는 구간 중 하나이다.

나는 세 가지 레벨의 색중에 중간 코스를 좋아한다

한국산처럼 높고 뾰쪽한 느낌이 없어 이쁘지는  않아도,

높지만 완만한 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온갖 시름은 다 사라지고 

자연과 한몸이 된 듯 무의식적으로 끝없이 걷게 된다. 

어느날 평상시에 자주 함께 걷는 동무와  이 코스를  걸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즐거움을 아는 부인으로 산에 갈 때면 언제나 동행을 했었다.

그날도 우린 핫케익과 물, 초콜릿만 가지고 함께 산을 걷게 된 것이, 목표도 없이

한 방향으로 8시간을 걸었다

산 꼭대기 주차장에 차 두대를 세워 두고 갔기 때문에 되돌아와야 하는데 그것마저 잊고 걸었던 것,

깊은 산에는 새들도 없다, 새소리를 비롯 어떤 소리도 들리지를 않고,

시간마저 멈춰 버린 듯이,

오롯이  우리 둘만의 시간에 빠져 있였던 것이다,

산속에 해가 일찍 저문다는 걸 생각하고 멈칫,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 부족했다

8시간을 갔으니, 지친 몸에 8시간 이상을 잡고 되돌아 와야 하는데 주차장까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었다.

산속에서 전화가 터질 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산 중턱을 가로질러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전화가 터지는 곳이면 집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을 생각에서다.

하지만 교수인 동무의 남편은 전화를 안 받는다 

나의 남편이 그곳까지 찾아오려면 시간이 없었다.

나보다 연배가 있는 동무는 나보다는 간담이 강한 사람이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도, 사람도 없으니 방법은 하나, 산 중간을 가로질러

계속 내려가 인가를 만나는 것 밖에 없었다.

그 산은 블루 마운틴이라고 해서 겹겹이  산맥에 쌓인 지대이다.

그러나 계속 내려가다 보면 골짜기를 만날 것이고 인가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싶어

길인지 아닌지 미끄러져가며 그저 하산에 신경을 쓰고 한참을 내려가는데 날은 벌써 어두워져 간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배낭에는 간단한 비상 용품들 중에 비닐도 있었다

그 밤에 산에서 밤을 지내야 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며 비닐을 어떻게 이용할까 생각 해야 한다

먹을것이 있으면 냄새를 따라 곰이 올 것을 대비해 배낭을 청소했다.

발은 정신없이 걷고 있지만 머리는 온갖 생각에 복잡했다

밤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주변에 어떤 은신 할 만한 곳을 둘러보지만 없었다

어둠이 깔지고 있을 때 우린 기적같이 산중턱을 가로지르는 산속 찻 길을 만났다  

히치하이킹을 하려는데 산속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다. 차 몇대를 보내며,

운전하는 사람을,  여자를 고르기로 하고 기다렸다,

산 길이라 간간히 다니는 차 중에 여자를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허름하고 작은 트럭 차를 타고 가는 말끔해  보이지않은 백인 부부를 만났다 

개를 태웠고  타고 싶지 않을 만큼 지저분했지만 기꺼이

우리를 태워주는 분들이  부부라는 것에 감사 했었다.

그들은 우리를 데리고 산꼭대기 주차창까지 데려다 주었고

우리는 각자 운전해서  무사히 집에 올 수가 있었다 

다시 그 산에 가고 싶지만 더 이상 동행할 동무가 없다.

지금쯤이면 자연산 블루베리가 온 산을 덮었을 것이다.

장난감 처럼 생긴 작고 노란 산 거북도 나와서 놀고 있을 것이다

간간히 몇 달씩 걷는 장기 트레일러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놀다가 우리를 보며 화들짝 놀라는 사슴들도 만날 것이다.

깊은 적막만이 있는 그곳에 나를 그대로 엊어 둘수있는 깊은 숲이 그곳에 있을텐데,,

세월이 야속하다. 간절히 가고 싶은데 동무가 없다, 

오늘은 그 허름했던 부부도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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