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되고 있던 내 시간들

2020. 7. 20. 19:57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집에 갇힌 지 4개월이 넘어간다

답답함을 너머 이제 익숙해져 가려는가

평상시 낮시간에 침대에 눕지 않던 내가, 어제는 오후 5시쯤 피곤하여 침대로 갔다

잠깐 누웠는데 눈을 뜨니 오늘 새벽 3시

맑지 않은 머릿속이 기분 좋은 휴식이 아니였다고 말해준다.

헝클어져 가는 내가 싫기도 하고, 

잠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을 때, 닥쳐질 불면증이 두렵기도 하고,

무너지는 일상이 마음에 불편하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마음에 불평을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을 다니면서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아침을 굶고 출근하면서 도로에서 또 얼마나 경쟁해야 하는가

그렇게 도착한 일터에서 나는 종종 "인간이 살아간다는 게 뭔가"를 생각했었다

분명 수십 명의 인간이 있는데 인간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뚜다닥따다뚜다닥따다닥 들릴 때면 

"나 또한 저 로봇들 중에 하나"군 아 를 느낀 적이 많았다.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이 작은 칸막이 틀에 갇혀 따다닥 거리는 소리만 만들어 내는 로봇들

분명 인간의 세계는 아니었다

중간에 잠깐 20분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렇게 오전 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자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원하는 사람은 1시간, 대신 30분 늦게 퇴근 )

30분의 점심시간은 각자가 싸들고 온 도시락을 데우느라 전자랜지들 앞에 줄을 서며 시간을 허비하고

밥 먹기가 바쁘게 일로 복귀하면 다시 또 따다닥 소리를 만드는 로봇이 된다

오후 시간 역시 20분의 휴식시간과 함께 오전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도 그러겠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아침에 출근하여 아이디카드를 컴퓨터에 넣는 순간부터 직원들의 일의 능률이 모니터링된다.

일정 시간 컴퓨터 사용이 멈춰지면 바로 메시지가 뜨며 모니터링되고 있음을 알린다.

물론 로봇에 의해 행해지지만 이것 역시 기록에 남긴다.

그러니 나 역시 로봇이 될 수밖에,,,

그렇게 로봇의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분은 날아 갈 듯이 가볍다.

모두가 같은 기분이어서 그런지 돌아오는 도로는 서로 앞서겠다는 전쟁터고. 그런 적진을 뚫고 나와

인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니 만큼, 자의적인 삶으로 돌아간다는 곳이 고작 산이나, 운동시설이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딱딱하고 건조하고 단조로운 생활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인 내가  살아가야 할 최상의 길이다,"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수많은 출근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얼 하며 하루를 살아갈까?

누구의 감시도 간섭도 없이 자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움직이는 그런 분들은 어떻게 하루를 만들어가지?

분명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정답일 텐데

나는 왜 그것이  쉽지가 않은 거지?

그건 바로 나도 한 개의 감각없는 로봇이었어,   감시체제가 편했고, 지시에 따라만 하는 움직임이 좋았고,

작은 큐비클 속이 안전하고 편안했었어. 라고 느끼며, 그런 익숙함 속에 있던 삶이 무너진 

지금 집에 갇혀 있으면서 드는 내 기분은,

"어떤 한 분야에 잘 훈련된 개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니  버려진, " 느낌이 든다.

개가 늙거나 병들어서가 아니라.  훈련받았던 그 분야가 없어짐으로 패기되는

개에게는 너무 불공평하다.

결국 보이지않은 적, 코로나로 인해 나는 버려진 거다.

앞으로 영구적으로 그런 날이 올 것이고  그 버려질 날을 위해 미리 연습하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지금은 로봇들의 세계가 그리워 얼른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세금이 걷히지 않은 현 시점에서 돌아갈 날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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