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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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집, 더이상 의미가 없었다
2년 만에 엄마를 보러 한국에 갔었다. 엄마의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는 말을 듣고 더 늦어지기 전에 엄마와 함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추억을 만들고 싶어 시간을 만든 것이었다. 엄마는 여전히 시설에 머물고 계셨다. 언제나처럼 내가 가면 "우리 큰 딸이오"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를 하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찾아간 엄마는 나를 힐끔 보시더니 텔레비전으로 얼굴을 돌리신다. 이것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나 누군지 몰라? 저 왔어요. 나 좀 봐봐 "엄마 내가 누군지 몰라?" "이리 아니냐 " "응 맞아 엄마 " 옆에 있는 이 사람은 누구야? "니 서방 아니냐" "맞아 엄마 그런데 왜 아는 체를 안 해 나 오랜만에 왔잖아 엄마 보려고 달려왔는데 반갑지 않아?" 이내 ..
2020.05.30 -
자식이란 무엇일까?
코로나바이러스로 세상이 온통 공포 속에 휩싸이는 요즘, 당치 않게도 나는 작은 안도의 숨을 내 쉰다. 만일 엄마가 지금껏 요양원에서 살아 계신다면 내 마음이 어떠할까. 들려오는 소문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서로 소통도 못하고 병원에 겪리가 된다면,, 그렇게 또한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갖가지 드는 생각에 나는 작은 위로를 갖는다. 그동안 답답한 가슴에 얹으인 바위를 내려놓을 수가 없어 설쳐댔던 밤들,,, 마음 놓고 울 수가 없어 가슴으로 파고든 피멍들을, 작게나마 덜어낼 수가 있을 것 같음은 혼자만의 위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려면 어쩔랴 가슴에 뭉쳐있는 이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세상이 다 염려하는 코로나에 스스로 위로하며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정확히 1년 7개월 전 엄마는 하..
2020.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