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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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란 무엇일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2년 후 나는 엄마를 방문했다. 엄마 모시고 있는 올케가 감사해 주려고 산 명품 가방을 들고. 엄마를 보는 순간 기가 막혔다. 2년 만에 본 엄마는 살아 계신 분이라고 상상이 안될 정도의 몰골이셨다 키는 절반 정도로 낮아져 있었고 얼굴빛이 검게 변해 병색에 찌들어져 있고 호흡을 제대로 하지를 못하시며 기침이 너무 잦아 대화가 이어지지가 않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을 부풀리며 한숨 한숨을 힘들게 쉬고 계셨다. 단 숨에 2M를 걷지 못할 정도이며 치아는 썩고 부스러져 몇 개 뿌리만 남아 있었다. 세상에 기가 막혔다. 사람이 2년 만에 이렇게 될 수가, 하지만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함께 사는 올케 마음을 거스르게 될까 봐 나는 내심을 감추었다. 엄마는 나에게 밥을 먹으라고 하신다 ..
2020.06.16 -
아버지 죄송합니다.그리고 존경하고 사랑 합니다.
8년 전에 엄마를 미국으로 모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홀로 남은 엄마가 걱정이 되어 미국에서 나랑 함께 살자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히 거절하셨고 더 이상 설득을 못한 나는 엄마를 여동생에게 맡겨두고 돌아왔다.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부터 나는 밤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면 가슴부터 방망이 질이며, 생활을 하면서도 온갖 신경은 고향 부모님께 향해 있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긴장감과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아버지에 대한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화를 통해 듣게 되었고, 병원에 계시던 아버지를 뵙고 작지만 안도의 쉼을 갖었었다 위 전체를 들어내신 아버지는 상상하고 염려했던 것보다 좋아 보였다. 그렇게 되기까지 큰 남동생이 고생이 많았다는 걸 알았다. 동생은 ..
2020.06.15 -
스스로 고립 되어가는 엄마
내 기억에 엄마는 살림을 잘하시는 편은 아니셨다 집을 깨끗이 치운다든지 반찬들을 만들어 가족을 챙긴다든지 하는 모습은 본적이 별로 없다. 청소는 주로 아버지가 하셨다. 부지런하신 아버지는 깨끗한 걸 좋아하셨다. 엄마가 게으르다고 하시며 언제나 당신이 청소를 하신다. 엄마는 언제나 살아 가는걸 힘겨워했다 타고난 체력이 강하지도 못하셨지만 젊을 적 결핵을 앓으셨다. 장기간 치료차 드신 약으로 인해 부신피질이 망가졌고 그로 인해 언제나 피로를 느끼며 무기력하단다 그 때문인지 언제나 일을 무서워했다.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기에 무섭기도 하셨을 거 같다 그럼에도 엄마는 깔끔하고 꼼꼼하며 자존심이 강했다 조금이라도 찜찜하면 단호히 거절하고 피한다. 그 예로 틀니가 필요했지만 더럽다는 생각을 하시며 치아 몇 개로 불편..
2020.06.13 -
배려가 없는 남편이 야속하다
이번 방문에 남편이 동행을 한 건 목적이 있어서이다 중국 여행이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철없는 남편은 자기 중심적이다 혼자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엄마 때문에 방문하는 나를 졸랐다. 늦기 전에 중국을 가보고 싶단다. 내가 엄마와 못다 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데,,, 나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오늘 일이랴 원래 저런 사람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시간을 만들었었다. 그렇게 엄마를 시설에 두고 우리 부부만 중국으로 갔다 기쁨도, 즐거움도 그 깊은 마음 속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인데, 엄마한테는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없는데, 엄마한테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인데,,, 즐거워하는 남편을 향한 원망과 미움과 함께 엄마에 대한..
2020.06.12 -
가족과 함께 있을 수는 없는 것일까?
환자와 노인들이 머무는 양로시설은 정해진 일수 이상 안에 머물러야 한단다 일수가 모자라면 국가 보조금 받는데 문제가 있다고 한다 장시일 외출을 하려면 퇴소를 했다가 다시 입소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다시 입소를 하려면 엄마가 거주하던 방을 보장을 못하고 입소 역시 장담이 어렵단다 이해는 하지만 특수한 여건에 따라 융통성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멀리서 엄마 보러 왔지만 둘만이 시간을 갖고 싶을 땐 대책이 없다 엄마를 모시고 제주도로 가서 함께 못다 한 추억을 만들고 못다 한 예기를 나누고 그동안 못다 한 정을 나누려고 계획했지만 엄마의 건강이 감당이 어려워 포기했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라도 내가 밥을 해서 드리고 한 밥상에서 먹고 반찬 올려드려 가며 맛있다고 또 맛없다고 하고,,, 짜다 싱겁다, 하..
2020.06.12 -
엄마는 시설로 가셨다
밤늦은 시간에 서울에 도착했다 바쁘게 서둘러서 왔지만 늦은 퇴근시간과 맞물리는 서울 진입은 많이 복잡했다 화장실을 찾으시는 엄마를 달래서 참으시라고 하고 왔건만 복잡한 차 군중 속에 끼어 버린 것이다. 좁은 도로 폭에 끼어들기도 쉽지 않아 온 몸에 진땀이 났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곳을 잘도 달리는 차들을 보면 모두가 곡애사 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로폭이 좁아서 위압감을 느끼고 가는데 옆 차들은 신호도 없이 앞 머리만 들이대는 듯한 주변차 들 때문에 감히 내 자리조차 지키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래도 감히 나서지못하는 내가 안타까웠던지 친절하게 양보해 주는 분들이 있어 무사히 엄마가 머무시는 시설에 도착했다 시설에서는 저녁 7시까지 입회해야 제공되는 저녁을 먹을 수 있단는데 우린 시간이 넘어서 ..
2020.06.10 -
엄마한테 돈은 무엇일까
10월이 시작되는 날씨는 눈이 부시다. 아직 따가운 햇살에 의해 그늘이 그립지만 맑은 날씨는 기분을 좋게 한다. 서울을 향해 올라오는 길엔 차들이 참 많았다 예전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다녔는데 , 해안 쪽으로 새로운 길이 열려 있었다 낯선 길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임실 치즈공장을 가보려고 길을 잡았으나 엄마가 힘드실 것 같아 다시 길을 돌려 이리로 향하였다 그곳에 시누가 살고 있고 남편이 그 집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 온 지 4일 째지만 아직도 시누한테 인사도 못했다 2년 만에 뵙는 엄마의 모습에 충격이 되어 다른 여력이 없었다 시누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엄마와 함께 저녁 먹고 자고 갈 생각하고 오란다. 집에 도착하니 모두가 모여있다 딸 하나만 서울 병원에 근무 중이라 못 오고 멀리 직장에 가 있던 세 ..
2020.06.10 -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길로
잠시 쉬었던 엄마를 모시고 식당으로 갔다. 호텔 주변에 여러 음식점들이 있었지만 나는 아는 데가 없었다 가까운 곳 눈에 띄는 음식점을 들어서는데 입구가 어두웠다. 터덕거리는 엄마를 부축해 직원이 안내해 주는 대로 자리를 잡고 않았다. 입구 주변에 있던 자리였다 입구와는 달리 안쪽 홀은 조금 밝았으나 환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마도 테이블과 의자들이 검은색이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무엇을 주문해야 하나 메뉴를 정하지를 못하고 있다가 직원이 추천 해 주는 데로 코스요리를 시켰다. 무슨 맛인지 무슨 기분인지 입맛만 써서 천천히 차례대로 이어지는 접시들이 귀찮기만 했다 엄마 역시 입맛을 못느끼시는 것 같아 메인이 나오자마자 자리를 일어났다 그것을 먹어 볼 생각마져 귀찮아졌다 호텔로 돌아온 엄마는 씻는 것 까지 거절..
202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