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9. 20:59ㆍ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기억이란 것, 부담인가, 그리움인가,
까마귀 짖어대는 아침
오늘따라 오래전에 잊힌 동생이 몹시도 그리워진다
다섯 살 손 아래 내 여동생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한 순간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를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부모님은
오랫동안 방황하며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난다,
몸이 불편하셨던 아버님은 특별히 기대했던 딸을 잃고
긴 기간을 괴로워하며 삶을 놓고 사셨다,
그런 아버지를 지켜봐야 하는 엄마 역시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다
우리 형제들은 그런 부모님 앞에 내색 없이 동생을 잊어가야 했고
이름조차도 지워가며 서로에게 깊어지는 아픔을 못 본 척 묻어가야 했다
한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나면 제일 먼저 일어나 아버지의 시중을 들었던 아이,
아버지 무릎에 앉아 애교를 떨었던 아이,
어디를 가든지 아버지 의수를 잡고 다니던 아이,
유난히 장미꽃을 좋아해 그 속에서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아이,
고집이 있어서 하고자 하는 것을 하고야 마는 아이,
수줍음이 많았던 단발머리 계집아이,
특별히 영특하여 당시 흔치 않던 교육보험을 들여주시면서
끝까지 키우겠다고 하셨던 아버지의 기대치였던 아이,
그러던 아이가
그렇게 잊힌 동생이 오늘따라 몹시도 그립다,
네가 있었다면 오늘날 나는 달랐을 것이다
네가 있었다면 지금의 나의 마음은 가벼웠을 것이다,
네가 떠난 후 나는 보이지 않은 짐에 눌려 있었구나
외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말처럼 어느 부잣집에서 다시 태어난 건지
꿈에서도 다시 볼 수 없었던 동생이 오늘에서야 그리워지는 건 무엇일까
울어대는 까마귀가 내 동생을 부르는 듯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나는 동생의 이름을 부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기억조차 잘라 내야 했던 내가
너무 오래 너를 잊고 살았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아쉬움 안고 떠나갔을 동생을,
너의 무덤조차 찾지 못했던 비 겁 했던 언니였군 아
아버님을 염려하셨던 외숙은 부모님 몰래 동생을 묻고 그 무덤조차 알려주지를 않으셨다
언젠가 엄마 심부름으로 외가에를 갔을 때
들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 밭으로 간 적이 있다
할아버지 산소가 있던 밭 가에 표시 나지 않을 만큼만 작은 무덤 하나
그위에 크고 기다란 돌 하나 얹어 있었는데
그것이 내 동생 영자의 무덤이라 고 하시는 할머님 말씀에
그만 울고 말았던 나는 다시는 그곳을 찾지를 못했다
그걸 보신 할머니는 두 번 다시는 오지 말라고 호통치시며 나를 쫒아 내신 것이다
이후에도 다시는 그곳을 찾을 용기를 못 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왜 이제 그 아이가 그리워 질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곳에 동생의 무덤은 어떻게 되었을까
백골이 흙이 되었을 동생은 지금은 어디쯤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를 기억이나 할는지
나 같은 무심한 언니가 있었다는 걸 알고나 있을는지,,
먼 시간 후에 너를 만나볼 수는 있는지,,
오늘따라 기억이 부담이 아닌 미안함으로 심장에 꽂힌다,
잊힌 듯한 기억이 잊히지 못하고 묻혀 있었던 것,
그리움이 된 내 아픈 기억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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