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7. 22:45ㆍ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밤새 쏟아지던 폭우가 그친 아침 창문을 열고 맞는 공기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물방을 머금고 음미하듯 눈 감은 잡초들도,
고음 자랑하듯 울어대는 저 까마귀들도
이 아침에 기분이 나 만큼이나 좋은가보다.
아직은 울상인 하늘을 보며 아직도 목말라하는 폭우는 멈췄을 지라도
나의 뇌를 씻은 듯 맑은 기분은 세상에 무엇으로도 빠꿀 수 가 없다.
군 소리 늘어가는 서방님은 에어컨디션 돌아간다고 창을 닫으라지만
지금 내 귀에 그 소리가 들릴쏘냐,
나는 나만의 공간의 창을 더 활짝 열어젖혔다.
살아오면서 남한테 못할 짓 한적도 없고 독한 소리 내뱉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 범법을 한 적도 없는데 왜 나는 무섭게 쏟아지는 비가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쏟아지듯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내 속에 깊이 숨어있는 모든 죄악을 씻어 내리듯 머리가 맑아지고
온 지구를 쓸어 버릴 듯이 쏟아지는 비를 보면 세포 하나하나에 감춰진 나의 죄성이 다 씻어 내려가는 듯하다.
간밤에 내렸던 큰 비가 쓰나미 휩쓸고 가듯 이 땅의 모든 악한 것 들을 다 쓸어 가 주었다면 좋겠다.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지 못했던 나의 발자국도 다 지워졌으면 좋겠다,,,
창문을 열고 깊이 들이쉬는 공기는 나의 생명일 지라
다시금 깊은숨 들이쉬고 혼자만이 알아가는 새로운 길로,
폭우가 씻어가지 못할 발자국 찍으며 앞으로 나아가자.
산을 좋아하는 나는
몇 년 전 같은 한인 65세 되는 부인과 산행을 했었다
평상시와 같이 예기하며 길만 따라 걷다 보니 차에서 4시간을 지나 온 지역에서 비를 만났다
그날따라 사람들이 날씨 예보를 들어서인지 보이 지를 않고 우리 둘만이 깊은 산중에 서 있었다
산행을 위한 주차장이 산 꼭대기 능선에 있어서 인가도 멀고
장기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쉘터도 멀리 있는데
점점 강하게 쏟아지는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큰 나무 아래서 기다리던 우리는 깊은 폭우로 어두워져 가는 산길을 헤치고
그 큰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돌아오는데
그때의 그때의 그 기분이랴
목에 두른 손 수건을 머리에 올려 덮고 비상용 지퍼백에 전화기를 담고
등에 진 배낭을 비닐로 싸고 걷는 우리의 몰골은 상상을 초월한 자연인 그대로였다
서로가 쳐다보면서 배를 잡고 웃다가,
어둠이 깔리는 주위가 무서워 뛰다가,
곰이 나올까 두려워 소리를 지르다가,
비에 젖은 온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신고 그 산을 되돌아 나오던 기억은
지금도 잊어지지 않을, 내가 만들어 놓은, 소중했던 한 조각의 추억이다,
빗속에서 중년 여인들이 비를 맞으며 풀떼기 꺾어 머리에 꽂고
남이 볼까 의심 없이 깔깔대고 웃으며
한치 분간 못하고 머리에 꽃 꽂은 처녀처럼
산길을 헤매 걷는다는 것
그때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는 것 들이였다.
이제는 망가진 몸뚱이가 산행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집에 있는 그 부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전화나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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