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3. 04:16ㆍ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오랜만에 친구와 장시간의 대화를 했다
한국의 새벽을 넘어가는 시간인데도 잠을 미루면서 까지 친구와 대화는 끝나지가 않았다,
14시간의 시간차를 따지면 한국시간 새벽 3시,
시간의 흐름도 잊고 주고받은 늙은 여자들의 이야기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고 자식에 대한 서운함이다
착한 내 친구는 배속에 아이를 품을 수 없는 몸이어서 잠시 다른 엄마 배를 통해 아들을 얻었다
지금 멋지게 자란 아들은 착실한 효자다
친구 남편은 몇 년 전부터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경제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서 나고자란 친구는 서울을 떠나 보질 않았은데 가정경제의 어려움으로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단다
그것도 아들이 국가에서 청년들에게 주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얻었단다.
그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친구는 마음이 많이 복잡해 보인다
아들이 자랐으니 이제 홀로 자유롭게 날기를 바랐는데 엄마 아빠의 형편을 아는 아들은
기어코 부모 위해 그 방법을 선택했단다
이러려고 아들을 대려 온 것은 아닌데 싶은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다
살아오면서 남의 일에 훈수를 두지 말자 지론이지만 또 훈 수를 두고 말았다
전화를 끊고 나면 후회할 짓을 이 나이 먹도록 이어간다는 것이 참 내가 싫다
친구는 많은 염려를 한다
아들마저 경제적으로 피지 못하게 발목 잡게 될까 봐 염려를 하고
계속해서 가정 경제가 어렵게 되면 아들이 부담을 느낄까 봐 불안해하고
끝내 분가할 수 없게 될까 봐 염려를 하고
피폐해진 가정경제로 인해 가족해체 위험이 올까 봐 불안해한다.
아무 생각 말고 한 동안만 아들에게 맡기고 따라가라고 훈수를 둔 나는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다.
지방 출신 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그 친구한테 많은 신세를 졌었다.
가난한 학생 때 싼 분식집을 찾아 종암동 먹거리 뒷골목을 헤매던 그때
형제들이 많은 집 막내인 친구는 나를 데리고 이 집 저 집 형제들 집으로
데려가 밥도 먹이고 잠도 재우면서 홀로 떨어져 사는 나를 외롭지 않게 했는데
나는 친구의 어려움 앞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옆에 있으면서 따뜻한 국밥이라도 먹이고픈 마음 간절 하지만 마음뿐이고
한 뭉치 돈다발을 넣어주며 빛 해결하라고 주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가난한 마음은 쓸모가 없다
빛에 허덕이며 쫓기듯 서울을 떠나는 친구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나는 무엇인지 참으로 모르겠다.
사방이 막혀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데 그 구멍이 보이 지를 않아
아들의 청년 자립을 돕는 대출금을 디딤돌로 가는 길을 누가, 뭐라고, 훈수를 둘 수 있는가.
부디 사랑하는 내 친구야
솟아날 그 구멍이 오늘 밤이라도 너를 향해 활짝 열려서
네가 원하는 아들의 앞날에 짐이 아닌 아주 큰 힘이 되길 빈다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인걸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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