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아래 뒷마당 잔듸를 깍으며

2020. 8. 1. 19:58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뒷마당

비가 잦으니 잔듸가 왜이리 빨리 자라는지,,,

벌써 잔듸가 이발해 달라고 아우성인데 

아이들이 떠나고 없는 집에 잔듸는 누가 깎아야하나,

츨근하는 남편만 바라볼수가 없으니 잔듸깍기 기계를 밀고 나섰다,

오랜만에 밀고가는 기계라서 그런지 잘 밀리지가 않는다 

주인을 알아보는건가. 

기계에 깨스를 체우고 미는데  잔듸받이 주머니는 왜 이렇게 빨리 차는지.,,

해는 떠서  더운데 모자는 자꾸 벗어지고,,,땀에 서린 안경은 앞을 가리고

한낮에 깎을일이 아닌데 옆집아이 깎는 걸보고 따라쟁이 했더니 더워서 얼굴이 홍당무되고 고생만 실껏했다.

 

잔듸는 아침에 깍으면 이슬이 체어 기계가 힘들어하고 잔듸가 자꾸 기계에 엉킨다. 기계가 앞으로 차고 나가지를

못해 시간이 더 걸린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 기계를 미는 사람이 힘이든다.

그래서 늦은 오후에 깍아야 하는데 옆집아이 깍는것  보고 생각없는 실수를했다.

언덕이 진 뒷마당을 한시간이 넘게 기계를 밀고 오르며 내리며 했더니 뒷다리가 무근해져 온다.

참으로 오랬만에 깍아보는 잔듸다 

예전엔 아이들 어리고 남편은 출근하면 하는 수 없이 퇴근후 잔듸 기계를 밀었었는데 

아이들이 중고생이 되고나서 그일에 손을 놓았다가 새삼 늦게 다시 시작이다.

사는것은, 함께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사는 것이 사람 사는 것 같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집은 정막강산이다.

사내 아이들이 둘이 있을때는 위아래 층으로 뛰어다니면 목소리 경연대회 하듯 

목소리 하나로 온 집을 걷어낼 정도였는데

어느새 빈둥지되어 목소리 낼 일이 없으니 그때가 살아있는 것이였다 회상하며 달리는 세월을 느낀다.

여름이면 한주에 두 세번은 깍아야 하는 잔듸를  어떻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엄마 말씀대로 전부 파헤쳐서 농사나 지을 까 보다.

 

잔듸는 이른 봄부터 너무 많은 돈과 노동을 요구한다

눈 녹은 이른 봄부터  잔듸씨를 뿌려서 겨울동안 죽은 넘들을 보충해줘야하고

잡초약을 뿌려 여름에 잡초를 못나게 해야하고 비료를 줘서 건강한 잔듸로 자라게 해야하고 

 굼뱅이가 잔듸 뿌리좋아하니 굼뱅이로 인해 잔듸가 죽는걸 예방하기위해 굼뱅이 약을 줘야하고

한주에 두세번씩 잔듸를 깍아야하고,

깍고나면 가장자리 추림을 해야하고 8월말부터 9월 한달 이면 가뭄이 오니 아침 저녁 물을 줘야하고.

분기별로 영양제를 주고 흙도 뿌려줘야하고 석회도 뿌려줘야하고

3,4년에 한번씩은  잔듸밭에 구멍도 뚫어서 잔듸 뿌리에 산소 공급을 해 줘야하고,,

지금 생각해 보니 할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가 

잔듸씨 푸대를 사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약과 비료들, 물주는 툴까지,,,,

근데 왜 그동안은 이런부분에 생각을 못해 봤을까?  

결국은 잔듸를 위해  노예가 된 것인데 생각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뿐이랴

잔듸깍는 기계도 고장나면 고치던지 사야한다 

잔듸가 강한 노동도 요구한다.

 

결국 우리들의 삶속에서 무엇이 주가되고  사이드가 되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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