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장수와 우산장수

2020. 8. 4. 23:25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비 먹음은 방충망

밤새도록 내리던 비는 아침이 밝았는데도 그칠 생각이 없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움츠러든 몸에 스웨터를 걸치고 데크로 나갔더니

방충망이 세차게 내리는 비에 의해 투명벽을 만들어 밖을 볼 수가 없다. 

엄청난 빗물이 방충망을 타고 내리는 것 보니 지붕에 물길이 낙엽에 의해 막혔나 보다

데크로 타고 들어온 물이 온 바닥을 칠하며 습한 환경의  비 오는 날은

지하실의 제습기가 바쁠 텐데 하는 걱정이 든다,

거실에 서있는 공기정화기도 덩달아 불어대며 소음을 만든다.

그 덕에 며칠 전에 고쳐둔 에어켄은 좀 쉬겠지.

세상이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짚신장수와 우산장수처럼,

동전 양면처럼 맛 물려가는 세상은 시간과 때에 따라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고

위로받을 때가 있고 위로할 때가 있고 

힘써 노력할 때가 있으면 노력의 대가를 누릴 때가 있는 것,

여름날 강한 햇살에, 더위에 인상을 쓸 때도 있지만 

깨끗하게 개인 날, 맑은 날은 밝은 마음을 가슴에 안겨준다. 

어둡고 꾸물한 비 오는 오늘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구름인지 비안개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로 휘감긴 세상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꾹꾹 감출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밤도 아닌, 낮고 아닌 어쭙잖은 시간 때를 알리는데

쉼 없이 쏟아지는 빗소리가 빈 마음을 만들고

강하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삶의 때를 벗겨준다.

이렇게 강한 비가 오는 날엔 흔들이는 내 마음이 소녀가 되는데

응답하지 못하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나를 붙든다 

지난날  내 기억마저 쓸어서 지워갔으면,,,

걸어온 내 지난 흔적마저 덮으며 지워갔으면,,,

사방의 창을 닫고 내다보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은 

나를 새초롬한 철학자로 만들고.

그 어릴 적 엄마 치맛자락에 묻힌 소녀로 데려간다.

비 오는 날에 나는 그 누구보다도 더 맑은 소녀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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