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안 늙을 거라 생각하니

2020. 6. 16. 22:52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하셨다

여동생 집에 머물고 계시는 엄마를 방문했다.

많이 좋아 보였다.

움추러져서 작아졌던 키도 많이 펴진 듯했고

얼굴의 병색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가슴을 들썩이며 쉬셨던 호흡이 많이 편해지셨다

집중치료를 받은 결과로 쌕쌕하던 소리도 없이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치아 관리는 못하셔서 부스러지고 깨어져 있던, 앞쪽 남겨진 뿌리 이가

입술을 찔러서 불편을 겪고 계셨다.

아직도 입술 주위에 붉게 번진 이상증세는 가라앉지 않았고 

무릎 문제 역시 해결이 되지를 않았다.

혼자 사는 동생이 엄마를 모시기가 힘겨운가 보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고 활동적인 동생은 온종일 엄마로 인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싫은 눈치다.

이혼 후 자유롭게 살던 그녀는 그 자유를 침해받는 것을 불편해한다.

막내 남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가려고 해도 여동생은 마음이 놓이질 않은가 보다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던 막내 올케는 집안이 엉망이다 

그런 그녀가 엄마를 모시겠다고하니 내키지않은 눈치다.

막내 올케의 논리는 

엄마에게 나오는 연금으로 도우미를 부르면 된단다

아이들이 있으니 엄마한테도 좋을 거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동생이 허락 지를 않는다 

막내 올케가 지 살림도 제대로 못하는 처지에 엄마 모시고 갔다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 그때 또 엄마를 어떻게 할 거냐는 논리다

그것도 옳은 말인 듯 싶었다.

엄마를 치매 검사를 했다

서울 노원구 보건소에 접수를 하니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사회적인 시스템이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앞서 있다.

아직까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엄마는 점점 말 수가 줄어든다.

그동안 사시던 지역을 떠나 서울로 오셨기에 친구도 없다.

회관 같은 노인들의 모임에도 갈 수가 없었다.

고립된 엄마를  내가 모시고 가야겠다 결심을 했으나

2주의 휴가를 내고 왔던 나는 시간이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와 급하게 엄마의 방문 수속을 했고 비행기표 2 장를 보냈다.

여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워싱턴에 도착했다.

엄마는 아버지 계실 때 여행을 많이 하셨지만 

동생은 이런 장기 여행은 처음이었다.

워싱턴 공항에서 집까지 약 2시간 거리다.

미국의 거리는 깨끗하고 넓다

그런 모습을 보신 엄마는 아버지를 생각하신다

"니 아버지가 왔으면 좋아하셨을 텐데,,

니 아버지는 이러고 다니는 걸 좋아하셨는데,

이런 모습을 보셨으면 와~넓다 하셨겠다, "

를 연달아하신다.

운전대를 잡고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속으로 말했다

"엄마 말 안 해도 나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환경을 보신 아버지가  하셨을 말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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