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어도 들리는 소리가 있다

2020. 6. 21. 04:29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나의 장애물은 바다만이 아니였다

엄마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엄마가 아직 인지도 있고 기동도 할 수 있을 때

마지막 여행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겠노라 다짐하고 직장에 사표를 냈다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 내게 남편이 동행을 하겠단다.

자신의 형제들도 노년기에 있으니 겸사겸사 함께 가겠노란다,

거절할 명분이 없어 함께 갔다

2년 만에 나를 보신 엄마는 별 반응이 없었다

"엄마 나 누군지 알아?"

고개를 끄덕이던 엄마를 향해 다시 물었다.

"이리 아니냐 ""그런데 왜 가만히 있어요 반갑지 않아"

별 반응을 하지 않으신다.

"엄마 이 사람은 누구야?, ""니 서방 아니냐"

엄마는 달라져 있었다.

급하게 남편을 누나 내로 보내고 엄마와 고향을 향해 여행을 했지만 

달라지신 엄마는 별 반응이 없었다. 침묵의 세월로 삶의 허무를 나에게 말해 주시는 듯했다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지난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 했기에 이쯤 해서 결혼생활을 끝낸다고 해도 남편에게 미안해할 마음은 없었다.

나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이기에 

이제는 나를 위해 엄마와 함께 살겠다 다짐한 것.

남편은 말이 없었다.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시간이 없으니 나는 한국으로 가겠다, 는 통보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동생은 막강한 반대와 반격을 한다

마음대로 하고 살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며칠을 기다렸다가 다시 동생에게 전화로 설득을 했다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죽 한번, 약한 번을 내 손으로 해 드린 적이 없어 한이 되었다,

엄마는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 다짐을 했다.

나에게 두 번의 한이 남지 않게 내게 기회를 달라" 고 했다,

동생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틀 후 동생은 허락해 주겠노라, 하면서 전화를 했다.

그렇게 원이면 하고 싶은데로 해 보란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동생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건강하시던 엄마가 밤에 토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모셨는데

당뇨가 없던 엄마가 당이 700까지 올라갔단다

급한 비행기표를 구해 공항으로 가고 있을 때 또 전화가 온다.

엄마 좋아졌으니 마음 놓고 천천히 준비해서 오란다

나 지금 갈꺼야 하는데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는데, 손으로 물건을 잡을 수 없을 정도고,

경련에 가까운 떨림이 한동안 계속되며

뭔가에 휘둘리듯 알수 없는감정에 휩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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