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품

2020. 6. 23. 22:25나그네의 미국생활/엄마의 무거운 침묵

엄마의 장독대

엄마는 아버지 옆으로 가셨다.

2주 전에 엄마와 합께 아버지 산소를 방문했을 때

"나 좀 데려가시오" 하시던 말을 듣고 아버지가 데려가셨나 보다.

하관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살던 집으로 갔다.

지금은 오빠가 살고 있지만,

엄마 아빠가 지으시고 애착을 가지고 가꾸셨던 곳

엄마의 손때 묻은 살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

마지막으로 나는 엄마의 67년 인생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그곳을,

엄마의 채취가 있고 손 때 묻은 곳을 돌아보고 싶었다.

이것은  엄마의 67년 인생의 흔적을 내 눈에 담을 마지막 일 것이다.

다행히도 대문이 열여 있어 들어가 본 집은 그야 말고 창고였다.

아버지는 꽃을 좋아하셔서 넓은 터 여기저기에 다양한 꽃들을 가꾸셨다

희귀한 꽃들이 있는 집으로 통할만큼, 꽃들의 정원이었는데

아버지가 가꾸시던 건 찾아볼 수 없고 어지럽혀진 세간살이들

청소 안된 마당이며 정원들,,,

오빠는 그 집을 갖겠다고 법원까지 갔던 사람인데

무엇을 위해 그랬던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집에 대한 애착은 1도 없고 언젠가 본인이 말했듯이 집을 팔아 돈을 만들 생각 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머물던 방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직도 남아 있을 엄마 물건들이 손을 기다릴 텐데,,

허긴 엄마가 살아 계실 때부터 오빠는 엄마 물건을 다 치워갔으니까 

지금에 와서 정리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남아 있으랴

하지만 내손으로 들어내고 치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안고

장독대로 갔다. 그곳에 엄마가 10여 년 전에 담가 뒀던 간장이며 된장이 그대로 있다.

이것이 엄마 인생이다. 아직 남아 있는 엄마의 삶이었다.

나로서는 영원히 남기고 싶은 엄마의 삶의 흔적 이지만,

오직 나만의 생각뿐, 현실에서 나는 "저 많은 장독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곧 사라져 갈 엄마의 67 인생을  그렇게  내 눈에  넣고 발을 돌려 나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누군가 그랬듯이 

인생무상, 

잠시 왔다가 가는 하루살이라는 느낌,

허무함을 강하게 온 몸으로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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