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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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기 전 상추
남편이 가꾸어 가는 뒷마당에 피어있는 상추가 아까워 모두에게 나눠 드립니다 머지않아 베어 내쳐질 상추가 아직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 아주 짧은 생애를 살고 가게 되었지만 한때는 나에게 기쁨이 되었던 상추, 아직은 쓸만하다 달래며 오늘 아침 밥상에 앉히고 아직은 내가 너를 보고 있노라 말한답니다
2020.06.25 -
버려질 것들
묵은 커튼을 걷어내고 새 커튼을 달았다.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된지 오래지만 그동안 손대기 싫어 미루던 답답한 커튼를 걷어내고 보니 마음도 가볍고 집안 공기도 가벼워 진다. 주부의 손이 떠난 집안은 난장판이였다 작년에 처음으로 시험삼아 담근 장이 너무 맛있어서 올해도 담갔는데 실패 한듯하다. 담가만 두고 관심없이 버려두니,, 장도 주부의 마음을 알았던지 죽어버린다. 올해는 많이도 담았는데, 저걸 어쩌나 아깝다는 생각보다, 장은 함부로하면 안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행동을 멈추게 한다. 그래도 버려야 겠지, 살아있는것만 사는 세상이니 죽은 장은 버려야 겠다. 오랜만에 둘러본 뒷마당엔 남편이 가꾸어가는 쌍추가 손길을 기다리고 피망이 작은 열매를 맺었다. 가끔 뜯어 먹던 부추도 자라서 손짓을 하는데 먹을 ..
2020.06.25 -
내가 좋아하는 5월의 색
내가 좋아하는 5월의 색은 아니지만 산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키다. 방해꾼 코비드19 때문에 오랜만에 나왔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한발 한발 오르는 다리가 후 들리며 뒤에서 누군가 끌어내리듯 앞으로 올라 가기가 힘이 들어간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은 녹음으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한 발 한 발 딛는 데 드는 힘이 내가 살아 있음을 알게 한다. 가끔 스치는 사람들의 인사도 내가 인간임을 자각시킨다. 평상시 이 코스가 40분이면 오르는 길인데 오늘은 특별히 시간을 더 줘야겠다. 이름 모를 갖가지 잡풀이 나지막이 지면을 덮고 굵은 나무들 잎이 하늘을 덮어 푸르른 자연 녹음 속에서 중간쯤에 내가 떠 있는 느낌이다. 산은 마스크 쓰지 않은 나를 경계하지도 않는다. 대화를 시도하는 나를 피하지도 않는다. 그런 산이 변하지 ..
2020.06.25 -
엄마가 남긴 물건
이모가 전화를 했다 바닷가 펜션을 예약해 두었으니 며칠 쉬고 오라고 하신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나를 배려해 주신 이모 마음이 고마웠다. 펜션에서 홀로 잠을 청하려는 데 전화가 울린다 동생이었다 막냇동생의 가족들과 함께 오겠단다 아이들과 함께 대 식구가 된 우리는 쉬는 것이 아니라 번잡하기만 했다. 3일 밤을 지내고 서울로 출발하기 전 엄마를 찾았다 흙더미 속에 갇힌 엄마는 여전히 침묵의 말씀을 하신다 "잘 가거라" 나 고생할까 봐 그러셨는지,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가 버리신 엄마는 그렇게 나를 밀어내셨다. "엄마 나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야" "흙더미 속에 누워 있는 엄마를 나는 인정 안 할 거야, " 8년을 시설에서 지내신 엄마가 남긴 물건은 입다가 남겨진 옷 가지와 못 다 드신 약들,..
2020.06.24 -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공항을 가다 보면 종종 혼란을 느낀다 두 갈래로 갈리운 길에서 어디로 가야 하나 결정해야 할 때, 그 끝이 한정된 곳은 돌아 나오던지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올 수 있지만 끝을 모르는 상태에 놓인 갈래길은 깊은 계산적 생각이 필요하다. 산다는 건 선택인 것 같다 매 순간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 끝은 천차만별의 결론을 낸다 눈을 뜨고 있으면 보이는 양갈래 길,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혼란의 길에서 고뇌의 길에서,,, 앞으로만 갈 수밖에 없는 외길은 힘든 숙제이고 복종해야 하는 명령이다 선과 옥중에서 의와 불의 중에서 도의와 현실 중에서 진리와 편리 중에서 매 순간의 선택은 영원한 책임을 지운다 나는 선택을 잘했는가? 앞으로 선택할 기회는 얼마나 남았는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며..
2020.06.24 -
엄마의 유품
엄마는 아버지 옆으로 가셨다. 2주 전에 엄마와 합께 아버지 산소를 방문했을 때 "나 좀 데려가시오" 하시던 말을 듣고 아버지가 데려가셨나 보다. 하관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살던 집으로 갔다. 지금은 오빠가 살고 있지만, 엄마 아빠가 지으시고 애착을 가지고 가꾸셨던 곳 엄마의 손때 묻은 살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 마지막으로 나는 엄마의 67년 인생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그곳을, 엄마의 채취가 있고 손 때 묻은 곳을 돌아보고 싶었다. 이것은 엄마의 67년 인생의 흔적을 내 눈에 담을 마지막 일 것이다. 다행히도 대문이 열여 있어 들어가 본 집은 그야 말고 창고였다. 아버지는 꽃을 좋아하셔서 넓은 터 여기저기에 다양한 꽃들을 가꾸셨다 희귀한 꽃들이 있는 집으로 통할만큼, 꽃들의 정원이었는데 아버지가 가..
2020.06.23 -
몰래 결혼했던 동생의 이혼
엄마 모시는 걸 거절하고 재혼의 길을 택한 여동생은 재혼한 지 4년이 채 되기도 전에 이혼을 했다. 잘 살길 바랬지만 주변의 바람과 달리 끝을 낸 것이다. 첫 단추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주변에 오빠들이 둘이나 있지만, 알리지도 않았고, 나에게 역시 알리지 않았었다. 이웃에 사는 막내 남동생만이 결혼식에 참여를 했단다. 첫 결혼을 실패한 동생은 오랫동안 혼자 살았다. 첫 번째 결혼할 당시 상대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10년 위인 나를 뜯을 정도로 자기가 원했던 결혼이었지만 이혼 또한 자기가 스스로 끝을 냈던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약지 못한 동생이 안타깝다 두 번의 결혼 실패의 원인은 돈이었다 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동생의 것인 줄 알고 있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날로 법원으로 가 이혼 절차를 밟은..
2020.06.23 -
이 몸이 창공을 날으는 새 라면
내가 새라면 산 넘어 높이 높이 올라 그리운 엄마를 만나겠다 내가 새라면 바다 저 멀리 날아가 보고픈 아버지를 만나겠다 날지 못한 새의 눈에 비친 창공은 푸르고 넓기만 한데 물에 젖은 날개가 한 짐 삶의 무게랴 날마다 자라나는 그리움은 야윈 모가지를 만들고 꿈을 실은 너의 날개에 창공은 멀기만 한데 멈출 수 없는 날개 짓에 천근이 실리니 꿈을 접은 너의 삶 허상 일 뿐 이어라,
20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