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목에 걸린 ID 카드의 무게는 몇 그램? .

2021. 11. 6. 18:01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논을 가는 소 /조선풍속도

 

직장인들의 목에 걸린  ID카드 무게가 얼마나 될까요?   하루 종일 목에 걸려있는 작은  ID카드로 인해 허리가 휘고 어깨가 내려앉고 머리카락이 희여지고 있는데,,,  그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아침이면 교통지옥을 잘도 뚫고 승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직장에 도착합니다. 가방을 뒤적거려  가느다랗고 붉은색 줄이 달린 족쇄를 찾아 목아지에 걸고  종종거리고 로비에 도착하면 커다랗고 무거운 유리문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보안 시스템에 족쇄를 가져다 대고 스캔하고 나면  시스템은 종신형  노예임을 인지하고  무거운 문도 가볍게 잘도 열어 줍니다. 자세히 보기   모니터링 되고 있던 내 시간들

 

하루를 먹고 살아 남겠다고 먹을 것을 주저리주저리 담은 가방을 들고 자진해서 안으로 발을 들여놓습니다.  이제부터  "나" 라는 개체는 없고 한 마리 일 소가 되어 하루를  보이지 않은 창살 안에서 보내야 합니다.

모가지에 걸린 족쇄가 없이는 이동이 어려워,  옆 방도 들어 갈수도 없고,  내 방을 나갈  수도 없는 환경에서  퇴근 시간까지  목에 걸려 있어야 하는 족쇄는 그 무개감을 알립니다.  눈에 보여지는 내 얼굴보다  ID라는 작은 카드가 신뢰는 받는 세상이 나의 존재를  허상으로 만듭니다.

그렇게 메달린 ID 고삐는,   농부의 손에 잡힌 소가 되어  오늘도 묵묵히 땅을 갈기 위해 꾸벅꾸벅 걷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나는 행복합니다, 행복 바이러스를 전합니다.

 

그날그날에 따라 긴 하루가 되기도, 짧은 하루가 되기도 했던,  하루의 해가 저만치 기울이면 드디어 짧은 자유가 주어집니다.  내일이면 다시 잡혀와야 할 짧은 자유이지만, 모가지에 걸린 족쇄의 줄을 벗어내는 순간 온몸에 짓눌렸던 무게에서 벗어나는 기분입니다.  자세히 보기  ☞  하루의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은 혼자만의 공간이며 벌거벗은 영아의 시간입니다.  마음껏 노래도 하고 소리높여 그리운 이들을 불러보기도 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귀가의 길에  다양한 유혹의 길도 이 기분을 방해하지는 못합니다.

시스템에 입력된  로봇처럼 내일이면 다시 자진해서 족쇄를 모가지에 걸겠지만 이 순간의  시원하고 가벼운 해방감은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의 동일한 느낌일 것입니다.  자세히 보기    은퇴가 없는 미국직장, 나는 언제 은퇴 해야 하나?.

 

이렇게 한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의  퇴근길은 그 깊이가 한층 더 합니다.  이틀이라는 긴  자유가 기다리고 있기에 기대감과 들뜬 마음은 자동차의 엑셀 에이터를 밟는 발에 힘이 가해집니다.

그렇게 얻어지는 토요일은 밀렸던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반찬을 하며 하루가 그냥 지나갑니다.  주일이면 교회를 가야 하고 교인들과 간단한 교제를 하고 나면,  야속하리만치 시간은 허무하게 지나가 버립니다.  매주 주일 저녁이면 느끼는 허탈한 이 기분, 정말 싫지만 그래도 매 주 금요일의  퇴근시간은 또다시 허황되고 부푼 기대감을 갖습니다.        자세히 보기  ☞  특별한 선물을 받은 로봇의 하루

 

전 생애에 종이였던지,,,, 평생을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는 일 소는,  무겁지만 월요일 다시 일터로 향할 것입니다.  자신의 운명의 코뚜레을 누군가의 손에 맡기고 그 손이 이끄는 길로 또 다른 한 주간이 이어질 것입니다.      자세히 보기  ☞ 내가 좋아하는 5월의 색

 

누군가는 나에게  "왜 그러고 사냐" 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일 소의 삶이 싫지가 않습니다. 자유의 그리움도 족쇄가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이틀의 짧은 주말의 기대와 환상도,  매였던 5일이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보석이라는 것을 알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짧은 주말 이 뜸새를 즐기려고 합니다.  그래도 오늘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아직 금요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 소들에게 행복과 행운이 있기를,,, 그리고 파이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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