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기름 만들기 도전과 간장 된장 고추장 만들기 성공

2023. 1. 11. 12:29나그네의 미국생활/일상 생활속에 이모저모

엿기름 만들기 이틀째

 

"늦게 배운 도덕질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엄마가 주셨다는 이유로, 나이가 40이 넘고 아이들이 다 자라도록 주부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지난날이었습니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조차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진정 주부가 되다

 

결혼하고 40이 넘도록 김치를 담그지를 못해 사 먹던 건달 주부는 50을 앞에 두고서야 지인으로부터 김치 담그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배울려는 마음만 있었더라도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지만 그만큼 살림살이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지인이 안타까웠던지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쳤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되는 건지 정신이 없이 배워 어설펐지만 그 후 다시는 김치를 사 먹지 않았습니다. 

 

몇년전,  우연한 기회에 한 tv프로그램을 보고서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무심코 구입해 먹던 시판 간장과 고추장의 배신은 지난날의 무신경했던 삶의 패턴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간장과 고추장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상품은,  말 그대로 무늬만 간장이고 고추장이었습니다.

 

충격을 받고 나니 더 이상 시판 장류를 사 먹을 수 없었습니다.

김치를 직접 담그듯이 어릴 적 엄마가 담그시던 기억을 떠 올리며 직접 담가 보기로 했습니다.

대도시 한인마트에서 항아리 세 개를 사 왔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유전자 조작되지 않은 유기농 콩 60 파운드를 주문했습니다. 

 

온라인에 많은 선생님들 덕에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고 보니 6개가 나왔습니다. 

세탁실에 박스를 깔고 화초용 갈대를 꺾어 위에 같고 메주를 오려 두고 보니 그 옛날 나의 엄마가 그러셨듯이 나 또한 진정한 엄마가 된 것 같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던 간장은 겨울철 어느 시점에 아랫목이 불이 날 정도로 뜨겁게 불을 지펴 콩을 삶고 엄마는 그 콩으로  메주를 만드셨습니다.

그 메주는 얼마동안 처마밑에 매달려 있다가 때때옷을 입던 설이 지나고 나면 큰 항아리 소금물에 담겨 시간을 기다립니다.

엄마의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메주는 다른 항아리로 옮겨지고 남겨진 갈색 국물이 간장이 됩니다. 

천연 단백질이고 맛을 머금은 간수인 것이죠 항아리 속에서 시간을 기다리면 검게 변환 간장이 됩니다.

 

 

 

엄마가 담그시던 고추장은 크고 넓은 함지박에 끓인 풀을 쏟아 넣고 소금과 엿기름과 메주가루와 고운 고춧가루를 넣어 한동안 저어주며 맛이 어우려 지기를 기다립니다. 고춧가루가 풀어지고 펴지기를 기다리며 때로는 밤을 지새우고 때로는 한나절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고운 자태가 엄마의 눈 맛과 입맛에 들면 항아리에 담겨 밥상에 오를 때까지 또 얼마를 기다립니다. 

 

엄마가 만드신 고추장은 맨밥에  쓱쓱 비벼먹어도 맛이 있었고 

엄마가 메주 빚어 만드신 된장은 국이나 찌개를 끓여놔도 다른 반찬이 필요치 않게 맛있었습니다. 

엄마의 그 모습을 떠 올리며 장을 위해 단계마다 행하다 보면 그 옛날 엄마의 장맛을 얻을 것이며 이제야 엄마 같은 엄마가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도낏자루가 썩다

 

엄마의 맛을 찾아가다 보니 욕심이 생깁니다. 

엄마가 명절이면 해 주시던 식혜는 심하게 달리 않으면서 깔끔하고 시원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만들어 본 식혜는 깔끔하지 않고 달지도 않고 엄마의 맛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김치를 만들었고 메주를 만들어 간장 된장을 시도했던  용기에 힘 입어 엿기름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엿기름 만들기 : 온라인에서 배운 방법은 너무나 쉬웠습니다.

일단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미국 워싱턴주에서 생산하는 겉보리가 있었습니다. 

주문한 40파운드 겉보리를 물에 씻어서 하루동안 물에 담가두었습니다.   

 

퇴근 후 담가둔 겉보리를 소쿠리에 건져 물을 빼고 널은 함지를 받치고 세탁실에 두고 홑이불을 덮어 두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콩나물 물 주듯 위에서 물을 주었고 이틀째 되는 오늘 보니 잔뿌리가 생겼습니다. 

약간 마른듯한 윗부분을 아래로 보내면서 뿌리가 많은 아랫부분을 위로하며 뭉친 것을 풀어주고 위치 바꿈을 해 주었습니다. 열이 나는 것을 느끼며 오늘도 콩나물에 주듯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성공할 것 같은 강한 예감에 기분마저 좋아지며,  오늘도 진정한 주부로의 한 발짝 다가서는 느낌입니다.  

이대로 가면 이틀후면 싹이 날것이고 그 다음은 말려야 합니다. 

말린 엿기름을 믹서에서 갈면 엄마맛 식혜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껏 부푼 기대감에 이틀 후가 기다려 집니다.

 

자세히 보기

인종과 민족성이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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